37세 독일 감독을 택한 감바 오사카, J리그가 한국 지도자를 외면하는 이유는?

최근 국내 축구계에서는 한국인 감독의 J리그 진출 가능성을 둘러싼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일본 현지 흐름은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J리그 명문 감바 오사카의 차기 사령탑 선임 결과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감바 오사카, 경험보다 잠재력 선택
감바 오사카는 13일, 독일 출신 옌스 비싱(Jens Wissing, 37) 전 레드불 잘츠부르크 수석코치를 차기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J리그 내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구단이 프로 감독 경력이 없는 1988년생 지도자를 택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으로 평가된다.
비싱 감독은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수비수 출신으로, 파더보른과 뒤스부르크를 거쳐 2014년 현역 은퇴했다. 이후 독일 하부리그 클럽 기벤베크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약 5년간 팀을 이끈 뒤 묀헨글라트바흐 U-23 감독을 역임했다. 이후 PSV 에인트호번, 벤피카, 레드불 잘츠부르크 등 유럽 빅클럽에서 수석코치 경험을 쌓으며 전술적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아시아 무대에서 첫 프로 감독 도전에 나선 비싱 감독은, 감바 오사카가 추구하는 ‘미래형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 성적 부진에도 유럽 노선 고수한 감바
감바 오사카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스페인 출신 다니 포야토스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레알 마드리드 유스 출신이라는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3시즌 동안 J1리그 16위–4위–9위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단 수뇌부는 다시 한 번 유럽 출신 지도자를 선택했다. 이는 단기 성적보다 전술 트렌드와 장기적인 팀 체질 개선을 중시하는 J리그 상위권 구단들의 최근 기조를 보여준다.
■ J리그, 왜 해외 감독을 선호하나
실제로 최근 J리그는 해외 지도자 선임이 뚜렷한 증가세다.
● 요코하마 F.마리노스는 2025시즌을 앞두고 첼시·잉글랜드 대표팀 수석코치 출신 스티브 홀랜드 감독을 선임했다.
● 가시와 레이솔은 스페인 출신 리카르도 로드리게스 감독 체제로 2025시즌 준우승을 차지했다.
● 세레소 오사카는 엔제 포스테코글루 사단 출신인 아서 파파스 감독을 선임했다.
특히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미카엘 스키베 감독은 J리그 외국인 지도자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는 2022년과 2024년 J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고, J리그컵과 일본 슈퍼컵 우승을 이끌었다. 현재는 공석인 비셀 고베 차기 감독 후보로도 거론된다.
■ 한국 감독? 관심은 있으나 현실은 다르다
J리그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최근 국내 감독의 J리그행 루머는 대부분 관심 수준이거나 소문에 가깝다. 실제 협상 단계로 가더라도 연봉이 가장 큰 장벽이 된다.”
이어 그는 리그 구단들은 리그에서 검증되지 않은 지도자에게 고액 연봉을 제시할 생각이 없다. 차라리 유럽에서 가능성을 입증한 젊은 지도자를 데려와 키우는 쪽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 포스테코글루 성공 사례가 만든 변화
이러한 흐름의 출발점은 단연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다. 그는 요코하마 F.마리노스를 이끌고 2019년 J1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공격 축구의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 이후 셀틱에서 도메스틱 트레블을 달성했고, 현재는 토트넘 홋스퍼 감독으로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지도력을 증명하고 있다. 이 사례를 계기로 J리그는 유럽·해외 지도자에게는 도약의 무대, 구단에는 전술 혁신의 기회라는 인식을 확고히 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