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김호령 연봉 협상, FA 등급제가 만든 딜레마
2026시즌을 앞둔 KIA 타이거즈의 스토브리그는 겉으로는 조용하다. 대형 FA 영입전이 예정된 것도 아니고 외부 시장에서 무리수를 둘 필요도 크지 않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계산은 훨씬 복잡하다. 그 중심에 김호령의 연봉 협상이 있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보상 문제가 아니라 FA 등급제와 직결된 전략적 선택의 문제다.
■ 2025시즌, 반쪽 평가를 지운 전환점
김호령에게 2025시즌은 커리어의 분기점이었다. 타율 0.283, 6홈런, 12도루로 공격 생산성을 끌어올렸고 리그 정상급 수비력을 바탕으로 중견수 주전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그동안 따라다니던 수비형 한정 자원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낸 시즌이었다.
FA 자격 취득이 1군 등록일수 이틀 차이로 1년 미뤄졌지만,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이는 불리함보다 기회에 가깝다. 중견수 자원이 희소해진 현재 구조에서, 즉시 전력감 중견수는 FA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가격이 형성되는 유형이기 때문이다.
■ 중견수 희소성, 시장 수요와 정확히 맞물린다
현재 KBO리그에서 공수 밸런스를 갖춘 중견수는 극히 제한적이다. 외야 보강이 필요한 팀들일수록 즉시 전력감 중견수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호령은 이 수요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다음 시즌에도 유사한 타격 생산성을 유지한다면 FA 시장에서의 평가는 가파르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 핵심 변수는 FA 등급제
KIA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본격화된다. KBO FA는 최근 3년 연봉과 리그, 구단 내 순위를 기준으로 A~C 등급으로 나뉜다.
● A등급: 보상선수 1명 + 전년도 연봉의 200%
● B등급: 보상선수 1명(하위급) + 전년도 연봉의 100%
● C등급: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의 150%
김호령의 현재 연봉 구조를 감안하면 A등급 가능성은 낮지만, B와 C의 경계에 위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문제는 C등급이다. 보상선수 부담이 없는 FA는 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카드가 된다. 최근 구단들이 연봉 총액보다 보상선수 손실을 더 부담스러워하는 흐름을 감안하면 C등급 중견수의 이적 가능성은 급격히 높아진다.
■ 방어형 연봉 인상, 비용 대비 효율은?
이 때문에 KIA 내부에서는 방어형 연봉 인상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거론된다. 이번 연봉 협상에서 비교적 큰 폭의 인상을 단행해 김호령을 최소 B등급으로 묶어두는 전략이다. 기본 연봉이 낮은 만큼 인상률은 커 보일 수 있지만, 중견수 수급 난이도와 전력 유지 비용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손해라고 보긴 어렵다.
■ 원칙을 고수할 경우의 시나리오
반대로 구단이 기존 연봉 협상 원칙을 유지해 적정 인상에 그친다면 그림은 완전히 달라진다. 김호령은 낮은 보상 장벽을 등에 업고 FA 시장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맞이하게 된다. 선수 입장에서는 당장의 연봉 인상보다, FA 시장에서의 계약 규모와 선택권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 KIA의 철학, 유연성의 시험대
KIA는 그동안 연봉 협상에서 일관된 기준을 유지해 왔다. 베테랑이든 젊은 주축이든 예외는 없었다. 이 원칙은 구단 운영의 신뢰도를 높였지만, 동시에 상황별 유연성에는 한계를 남겼다. 김호령의 사례는 바로 그 지점을 시험하는 케이스다.
■ 숫자 하나가 보여줄 메시지
겉으로는 조용한 KIA의 겨울이지만, 내부에서는 치열한 수 싸움이 진행 중이다. 김호령이라는 확실한 내부 전력을 지키기 위해 방어형 인상을 택할지 아니면 원칙을 끝까지 밀어붙일지가 관건이다. 연봉 계약서에 적힐 단 하나의 숫자가 2026시즌 KIA 스토브리그의 방향성을 말해줄 것이다. 김호령의 연봉 인상폭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KIA 타이거즈가 미래 전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신호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