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4년 710억 제안 거절한 이유는? 보라스식 전략과 FA 재수의 계산법
메이저리그 FA 시장에서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선택이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 유력 매체 디 애슬레틱(The Athletic)의 보도에 따르면, 김하성은 애슬레틱스가 제시한 4년 4,800만 달러(약 710억 원) 규모의 다년 계약을 거절하고, 애틀랜타와 1년 2,000만 달러(약 296억 원) 계약을 선택했다. 겉으로만 보면 장기 계약을 마다한 다소 모험적인 결정이지만, 이 선택의 이면에는 철저하게 계산된 전략이 숨어 있다.
■ 애슬레틱스의 4년 710억 제안, 왜 매력적이지 않았나
애슬레틱스는 스몰마켓 구단 특성상 공격적인 투자에 한계가 있다. 4년 4,800만 달러는 해당 구단이 제시할 수 있는 사실상 최대치에 가까운 조건이었지만, 연평균 금액(AAV)은 약 1,200만 달러 수준이다. 반면 애틀랜타와의 1년 계약은 단년 기준으로 훨씬 높은 몸값을 보장한다.
김하성 입장에서는 안정성보다 가치 증명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유격수 수비와 주루, WAR 지표에서 여전히 상위권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 저평가 계약에 묶일 이유가 없었다.
■ 스캇 보라스 고객에게 익숙한 FA 재수 패턴
김하성의 에이전트는 메이저리그 최고 협상가로 평가받는 스캇 보라스다. 디 애슬레틱 역시 이번 결정을 두고 보라스 고객들에게 익숙한 패턴이라고 평가했다. 보라스는 불리한 시장 상황에서 장기 계약을 택하기보다, 선수가 최고의 몸 상태와 입지를 되찾은 뒤 다시 FA 시장에 나서는 전략을 즐겨 사용해 왔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 오른쪽 어깨 수술 복귀 직후였고, 허리 염증까지 겹치며 48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 계약을 체결할 경우, 시장에서의 진짜 평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 포지션 문제도 결정에 영향
보도에 따르면 애슬레틱스는 김하성을 주로 2루수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반면 김하성은 커리어 가치와 FA 시장 평가에 직결되는 유격수 포지션를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애틀랜타는 김하성에게 내년 시즌 주전 유격수 역할을 보장했고, 이는 향후 FA 시장에서 김하성의 몸값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 애틀랜타와 김하성, 명확한 윈-윈 구조
애틀랜타는 주전 유격수 공백을 빠르게 메웠고, 김하성은 단년 계약을 통해 내년 FA 재도전이라는 선택지를 확보했다. 김하성이 옵션을 실행했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1,600만 달러 대신, 2,000만 달러에 합의한 점 역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높인 결정으로 해석된다.
알렉스 앤소폴로스 애틀랜타 단장은 김하성은 이제 겨우 서른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팀에 빠르게 녹아들었고, 내년에도 주전 유격수로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 결론: 4년 710억보다 더 큰 계약을 노린다
김하성의 이번 선택은 단순한 거절이 아니라, 더 큰 계약을 위한 전략적 유보에 가깝다. 건강을 회복한 상태에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고, 유격수로서의 가치를 증명한다면 내년 FA 시장에서 지금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김하성은 안정적인 장기 계약 대신, 자신의 커리어 정점에서 진짜 시장가치를 확인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이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메이저리그 FA 시장은 다시 한 번 김하성을 주목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