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보다 금액 적어도 삼성 복귀 택한 최형우, 자필 손편지의 진심.
FA 최형우의 선택은 결국 ‘수구초심’이었다. 계약 총액만 놓고 보면 KIA 타이거즈가 더 높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그는 보장된 2년과 친정팀에서의 마무리를 택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3일 최형우와 2년 계약, 인센티브를 포함해 최대 26억 원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16시즌 종료 후 KIA로 이적한 지 9년 만에 다시 푸른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삼성은 최형우의 보상금 15억 원 부담까지 감수하며 영입을 밀어붙였다. 이는 그가 여전히 타선의 중심을 책임질 수 있는 4번 타자급 전력임을 인정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실제 최형우는 삼성 시절 2011년부터 통합 4연패를 이끌며 ‘왕조의 4번 타자’로 군림했다. KIA에서도 9년 동안 타율 3할 6리, 185홈런, 826타점, OPS 0.909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남겼다.
올해 만 42세 시즌에도 그의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타율 3할 7리, 24홈런, 86타점, OPS 0.928을 기록하며 여전히 리그 최상급 타자로 존재감을 증명했다.
삼성 타선은 최형우 합류로 한층 더 위력적인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50홈런을 때려낸 르윈 디아즈와 구자욱, 가을야구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영웅 등과 함께 ‘공포의 중심 타선’이 완성될 전망이다.
특히 KBO 역대 최다 타점 신기록을 보유한 최형우의 클러치 능력이 더해지면서, 시너지 효과는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한 성적뿐 아니라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십 측면에서도 삼성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반면 KIA는 팀의 4번 타자이자 상징과도 같았던 최형우를 떠나보내며 전력 누수가 불가피해졌다. 구단은 지난 9년 동안 그에게 꾸준히 고액 계약을 안기며 신뢰를 보여왔다.
2017년부터 4년 100억 원, 2021년부터 3년 47억 원 계약으로 동행을 이어왔고, 2024년에는 1+1년 22억 원 규모의 다년 계약까지 제시했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도 KIA는 1+1년 구조를 유지하되, 옵션을 포함한 전체 금액은 삼성보다 더 큰 조건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1+1 구조는 첫해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경우 자동으로 2년 차 계약이 실행되는 형태였다. KIA는 2024년 계약 때와 마찬가지로 조건이 까다롭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최형우의 선택을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삼성과 KIA의 차이는 결국 ‘보장된 2년’이었다. 최형우는 액수보다는 확실한 계약 기간, 그리고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친정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을 우선한 것으로 풀이된다.
KIA 구단 관계자는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전체 액수만 보면 우리가 더 많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9년 동안 팀의 중심으로 후배들을 잘 이끌어줬고, 팬들의 사랑도 많이 받은 선수다. 삼성에서 잘하길 바란다”며 덕담을 전했다.
최형우는 떠나는 팀과 팬들을 향해 자필 편지로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오랜 시간 함께했는데, 이적을 결정하면서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다”고 시작한 그는 “보내주신 믿음과 과분한 사랑을 생각하면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KIA에서의 시간은 제 야구 인생을 다시 한 번 뜨겁게 만들어준 값진 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부끄럽지 않은 선수로 계속 뛰겠다”고 약속했다.
돈보다 보장 기간과 마음이 향하는 곳을 택한 그의 선택이, 삼성에서 어떤 마지막 장면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