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포수 김현아, WPBL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보스턴행

미국 여자 프로야구리그(WPBL)에서 한국 여자야구의 역사를 새로 쓰는 사건이 탄생했다.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포수 김현아(25·이화여대 졸업)가 WPBL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4순위, 보스턴의 첫 번째 지명(pick) 선수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전 세계 총 120명의 지명자 중 보스턴이 가장 먼저 선택한 선수가 바로 김현아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김현아는 생중계 화면에 자신의 얼굴이 뜨는 순간을 “정지된 듯한 느낌”이라고 표현하며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저 멈춰 있었다. 지금도 그 순간이 꿈만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드래프트를 “꿈이 현실이 된 순간”으로 회상했다.
2026년 출범 예정 WPBL, 70년 만에 부활한 미국 여자 프로야구
WPBL(Women’s Professional Baseball League)은 2026년 공식 출범을 앞둔 미국의 새로운 여자 프로야구 리그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운영됐던 AAGPBL 이후 약 70여 년 만에 등장한 정식 여자 프로야구 리그로, 미국 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드래프트는 뉴욕·보스턴·샌프란시스코·LA 등 4개 구단이 각각 30명의 선수를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여기서 보스턴은 1라운드부터 과감하게 김현아를 선택하며 팀의 핵심 자원으로 낙점했다.
보스턴이 점찍은 ‘공·수·주 3박자’ 공격형 포수
김현아는 강한 어깨와 장타 생산 능력을 갖춘 공격형 포수로 평가받는다. 대표팀 내부에서도 도루 저지 속도·정확도에서 최상위권으로 분류될 만큼 뛰어난 송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트라이아웃 당시부터 “가고 싶은 팀은 오직 보스턴이었다”고 말할 만큼 보스턴 입단에 대한 열망이 컸다. “미국에 가게 된다면 보스턴에서 뛰고 싶었다. 도시의 역사성도 매력적이고, 팀 분위기 또한 안정감 있게 느껴졌다.” 김현아의 첫 목표는 결국 현실이 되었다.
잠·식사 시간 제외 전부 훈련, 순위 지명을 만든 집념
이번 성과는 단순한 운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의 결과였다. 지난 4월 WPBL 트라이아웃 지원 이후, 그는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에만 몰두했다. 국가대표 동료 박주아 선수와 함께 배재고 야구부 훈련에 참여했고, 이후에는 개인 훈련까지 이어지며 말 그대로 전 시간을 야구에 쏟아부었다.
“잘 수 있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만 빼놓고 모두 야구에 투자했다.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보자는 마음뿐이었다.”
동생의 미완의 꿈을 잇는 선수, 성장의 역사
김현아가 야구를 시작한 계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다. 고등학생까지 엘리트 선수로 활약했던 남동생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이 그의 야구 인생의 출발점이었다.
그는 2023년 아시아컵에서 3루수로 출전해 한국 여자야구 역사상 두 번째 동메달 획득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이후 포수로 전환해 도루 저지, 경기 운영, 타격 등 전 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을 보여줬다. 2025년 아시안컵에서는 타점왕을 차지하며 공격에서도 독보적 존재감을 입증했다.
지도자·가족들의 축하, 여자야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드래프트 직후 국내 지도자들과 동료들의 축하가 이어졌다. 김현아는 “허일상 여자야구 대표팀 감독님, 배재고 권오영 감독님 등 많은 분들께 연락을 받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어머니와는 아직 통화를 못 했다.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나중에 천천히 이야기하려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단순한 개인의 성공을 넘어선 역사적 의의
김현아의 1라운드 지명은 개인의 경력 성취를 넘어, 여성도 프로야구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 세계에 증명한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 여자야구 또한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시장임을 보여준 상징적 성취다.
김현아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건 제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야구를 시작한 수많은 여자아이들의 꿈이기도 하다. 그 꿈들이 더 크게 울릴 수 있도록 더욱 잘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