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HD의 위기, 이제는 외국인 감독이 필요한 이유
K리그의 명문, 그러나 흔들리는 왕조
울산 HD는 한국 프로축구의 상징과도 같은 명문 구단이다. K리그1 우승 5회, 코리아컵 우승 1회, 리그컵 우승 5회 등 화려한 기록을 남겼다. 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선 두 차례나 무패 우승을 달성하며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2025시즌, 울산의 왕조는 위기를 맞았다. K리그1 4연패가 좌절된 데 이어, 현재는 파이널 B에서 잔류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클럽 월드컵 출전을 꿈꾸던 팀이, 단 1년 만에 무너진 것이다.
혼란의 중심, 감독 선임의 불투명한 과정
울산의 위기는 단순한 성적 부진을 넘어 리더십 부재로 이어졌다. 홍명보 감독 퇴임 이후 김판곤 감독이 잠시 지휘봉을 잡았지만, 8월 경질됐다. 뒤이어 선임된 인물은 신태용 감독. 문제는 이 과정이 정상적인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국가대표팀 선임 논란과 유사했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나왔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신태용 감독은 8경기에서 단 1승에 그쳤고, 결국 65일 만에 경질됐다.
구단과 선수단의 갈등, 그리고 폭로전
감독 경질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신태용 감독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나는 바지 감독이었다”고 폭로하며 구단과 선수단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청용의 골 세리머니가 감독을 저격한 듯한 인상을 남기면서,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허정무 전 감독은 이에 대해 “감독은 말 한마디에도 책임이 따른다. 이런 폭로는 스스로 얼굴에 침 뱉는 것”이라며 지도자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도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의 표현 자유’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달라진 시대, 달라진 리더십
오늘날 K리그 선수들은 더 이상 ‘감독의 말이 곧 법’이던 시절의 선수들이 아니다. 유럽 빅리그를 경험한 세대가 늘면서, 선수들은 지도자의 전술적 철학과 소통 능력을 중시한다.
한 국가대표 출신 선수는 “지금은 지도자가 훈련의 목적을 설명하고, 선수들이 이해한 뒤 따라가는 시대”라고 말한다. 즉, 현대 축구의 지도자는 권위가 아닌 설득과 신뢰의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어야 한다.
전북 현대의 성공, 울산이 배워야 할 점
울산이 참고해야 할 모델은 바로 전북 현대다. 전북은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며 몰락의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시즌 종료 후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고, EPL 출신 거스 포옛 감독을 선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포옛 감독은 전북의 조직력과 전술 완성도를 끌어올리며 K리그1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스타 선수가 벤치에 앉는 일도 많았지만, 결과로 신뢰를 얻었다. 그야말로 리더십의 차이가 만들어낸 반전이었다.
외국인 감독, 울산의 새로운 해법
울산은 이제 ‘첫 외국인 감독’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1983년 창단 이후 단 한 번도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지 않은 울산은 K리그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구단 중 하나다.
물론 외국인 감독 선임에는 높은 연봉, 적응 문제, 문화적 차이 등 여러 리스크가 존재한다. 하지만 훌륭한 외국인 지도자는 단순히 성적뿐 아니라 구단 시스템의 혁신과 선수단의 성장 문화를 함께 가져온다.
황선홍 감독이 히딩크를, 이정효 감독이 포터필드와 에글리, 윤정환 감독이 니폼니시를 존경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단순히 경기 전술이 아닌, ‘축구 철학’을 전파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결론) 울산의 재건은 ‘외부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울산 HD는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리그를 선도할 수 없다. 보수적인 틀을 깨고, 새로운 문화와 철학을 받아들일 때다. 외국인 감독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울산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다. 왕조의 부활은 시스템 혁신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지금, 울산에 필요한 건 바로 그 ‘새로운 리더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