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500만원의 반란 김태훈, 박병호 대신 나와 또 멀티히트!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태훈(27)이 올 가을 ‘언더독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정규시즌 연봉 4500만원에 불과한 선수가, 한화의 외국인 에이스 라이언 와이스를 상대로 맹타를 휘두르며 삼성 타선의 새로운 영웅으로 떠올랐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플레이오프 2차전 전날 “박병호가 와이스에게 강하지만, 흐름을 바꾸고 싶지 않다. 어제 홈런 친 김태훈을 뺄 수 없다”고 말했다. 그 결정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
김태훈은 19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 5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이로써 그의 포스트시즌 타율은 0.500(14타수 7안타)로 치솟았다.
한화 선발 라이언 와이스는 정규시즌 16승을 거둔 강력한 우완 파워피처지만, 김태훈은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2회초, 1사 1루에서 와이스의 백도어 스위퍼를 밀어쳐 좌중간 안타를 기록했다.
3회초, 2사 1루에서 바깥쪽 낮은 패스트볼을 공략해 또다시 안타를 때려내며 찬스를 연결했다.
5회초, 바뀐 투수 조동욱의 슬라이더를 끝까지 지켜보다가 가운데 몰린 실투를 잡아당겨 1·2루 사이를 가르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날 김태훈은 와이스 상대 3안타, 그리고 안정적인 외야 수비로 삼성의 공격 흐름을 이끌었다.
김태훈의 활약은 단순한 멀티히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정규시즌에서 박병호는 와이스를 상대로 타율 0.429(7타수 3안타), 2홈런·3타점·OPS 1.985라는 강력한 상대 전적을 자랑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선 김태훈의 타격감과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는 박진만 감독의 판단이 적중했다.
김태훈은 올해 정규시즌 51경기 타율 0.237(93타수 22안타) 2홈런 8타점으로 눈에 띄지 않았지만, 가을야구에서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김태훈은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타율 0.400(5타수 2안타), 그리고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한화 코디 폰세를 상대로 선두타자 홈런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어 2차전에서도 멀티히트 이상을 기록하며, ‘가을에 강한 타자’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특히 연봉 4500만원의 백업 외야수가 박병호를 밀어내고 팀 중심 타선의 신뢰를 얻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김태훈의 타격감이 너무 좋아서 교체할 이유가 없었다. 그가 좋은 흐름을 팀 전체로 끌고 간 것 같다”고 칭찬했다. 또한 “박병호는 언제든 필요할 때 쓰일 수 있는 선수다. 하지만 지금은 김태훈의 타격이 팀의 중심에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3회초 르윈 디아즈의 2루타, 김영웅의 2타점 적시타로 4-1로 앞서며 기세를 올렸다. 4회에도 디아즈의 적시타가 터지며 한 점을 추가했고, 9회초 강민호의 쐐기 투런포로 7-1까지 달아났다.
한화는 9회말 노시환의 솔로포와 허인서의 적시타로 추격했지만, 김재윤-김범수 릴레이가 마무리하며 삼성은 7-3 승리를 거뒀다.
김태훈의 활약은 단순한 깜짝 반전이 아니다. 박병호를 대신해 선발로 출전한 결정은 팀의 승리를 이끄는 핵심 요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