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대표팀 세계랭킹 4위 유지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한국야구가 세계랭킹 4위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과 팬들의 반응은 마냥 밝지 않다. 순위표만 놓고 보면 상위권을 지키고 있지만, 최근 국제대회 흐름과 경쟁국들의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위기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가 발표한 최신 남자야구 세계랭킹에 따르면 한국 야구대표팀은 랭킹 포인트 4192점으로 4위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는 안정적인 위치지만, 이 순위가 한국야구의 절대적 경쟁력을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4년간 국제대회 성적을 종합하는 WBSC 랭킹 산정 방식상 과거 성과의 잔존 효과가 여전히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내용은 다소 냉정하다. 한국은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남겼고, 2024년 프리미어12에서도 슈퍼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두 대회 모두 첫 경기에서 흐름을 내주며 대회 운영 자체가 꼬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WBC에서는 호주, 프리미어12에서는 개최국 대만에 패하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
반면 대만야구의 상승세는 뚜렷하다. 체계적인 대표팀 운영, 국제대회 경험 축적, 세대교체의 안정적인 진행이 맞물리며 대만은 세계랭킹 2위(5112점)까지 도약했다. 일본이 1위(6676점)를 굳건히 지키고 미국이 3위(4357점)에 자리한 상황에서 대만의 2위는 동아시아 야구 판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은 2024년 말 세계랭킹 6위에서 4위로 반등한 이후 약 5개월간 해당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상승이 한국 자체의 구조적 경쟁력 회복이라기보다는 경쟁국들의 일시적 부진에 따른 상대적 결과라는 점에서 평가에 신중함이 필요하다. 국제무대에서의 경기력과 흐름 관리 능력이 뚜렷하게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제 시선은 2026년 WBC로 향한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월 사이판, 2월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통해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국은 체코, 일본, 대만, 호주와 함께 C조에 편성됐으며, 조별리그 상위 두 팀만이 2라운드에 진출하는 까다로운 구조다.
특히 일정이 만만치 않다. 체코를 시작으로 일본, 대만, 호주를 연이어 상대해야 한다. 일본은 여전히 넘어야 할 절대적 강자이며, 대만과 호주는 이제 명확한 경쟁 상대로 인식해야 하는 단계다. 과거의 위상이나 국제대회 경험만으로 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운 환경이 됐다.
세계랭킹 4위라는 숫자는 한국야구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참고 지표일 뿐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국제대회 현장에서 증명되는 경기력, 단기 토너먼트에서의 흐름 관리, 그리고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결국 성적을 좌우한다. 대만야구의 약진은 한국야구에 분명한 경고 신호다. 이제는 격세지감이라는 표현보다 냉정한 자기 진단과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