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삼성라이온즈 스토브리그, 다 이유 있었다.
스토브리그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가운데 삼성라이온즈는 이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FA 대형 계약이 연달아 발표되는 시점에도 삼성발 뉴스는 제한적이며, 이는 단순한 소극적 움직임이 아닌 ‘전략적 신중함’이라는 내부 설명과 맞닿아 있다.
올겨울 삼성은 4번째 FA 자격을 얻은 강민호를 비롯해 A등급 김태훈, B등급 이승현 등 팀 내 FA만 총 3명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재계약 협상 관련 뚜렷한 움직임은 공개되지 않았다.
외부 전력 보강 역시 제한적이다. 삼성은 2차 드래프트에서 KIA 임기영을 영입하며 즉시 불펜 강화 의지를 드러냈고, 두산 장승현을 영입해 백업 포수 자원도 채웠다. 하지만 그 외 대형 계약이나 외부 FA 영입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삼성이 조용한 가장 큰 이유는 여러 복합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외국인 선수인 르윈 디아즈와 아리엘 후라도와의 재계약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판단이 우세하지만, 두 선수의 희망 연봉 규모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샐러리캡과 직결되는 까다로운 협상이 예상된다.
또한 원태인, 구자욱 등 팀의 핵심 자원은 내년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는다. 삼성은 두 선수와의 비FA 다년계약 체결 여부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 역시 연봉 총액 관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샐러리캡은 삼성의 가장 큰 현실적 제약이다. 내년 샐러리캡은 2025년 기준 137억1,165만 원에서 5% 증가한 143억9,723만 원으로 상향됐지만, FA와 외국인 선수, 다년계약 후보까지 고려하면 여전히 만만치 않은 한도다. 그나마 오승환, 박병호, 임창민 등 고액 연봉 선수들의 은퇴로 약 14억 원의 샐러리캡 여유가 생긴 것이 숨통을 트이게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은 지금 움직임이 없어서 조용한 게 아니라 계산을 철저히 하고 있는 단계”라며 “디아즈와 후라도 재계약, 내부 FA, 내년 FA를 앞둔 주축 선수들까지 고려하면 성급한 판단을 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전했다.
삼성은 현재 외부보다 내부 관리를 우선하되,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필요할 경우 즉시 움직일 수 있도록 모든 시나리오를 놓고 검토 중이다. ‘지출·전력·미래’라는 삼중 변수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삼성의 행보는 조용하지만 결코 느슨하지 않은 고도의 계산이 깔린 신중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