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판 중국의 탄생? 이탈리아, 월드컵 본선 진출 3회 연속 탈락 위기
이탈리아 축구가 또 한 번 월드컵 좌절 위기에 놓였다. 과거 네 차례나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축구연맹(FIFA) 역사에 깊은 족적을 남긴 이탈리아는 최근 10년간 계속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유럽판 중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노르웨이에 충격의 1-4 패배, 직행 자격 무산
이탈리아는 17일(한국시간) 밀라노 쥐세페 메아차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유럽예선 I조 최종전에서 노르웨이에 1-4로 완패하며 본선 직행 티켓을 놓쳤다.
전반 11분 프란체스코 피오 에스포지토(인터 밀란)의 선제골로 기세를 올렸으나, 후반 들어 흐름이 급격히 무너졌다. 안토니오 누사(라이프치히)의 동점골에 이어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이 1분 간격으로 멀티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뒤집었다. 종료 직전 예르겐 스트란 라르센(울버햄턴)의 추가골까지 허용하며 홈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가 아닌 ‘9골 차 대승’만이 본선 직행 조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더 처참했다. 경기 후반 이탈리아 팬들이 속속 경기장을 떠났다는 점은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탈리아 축구의 장기 침체, 월드컵 3연속 탈락 위기
이탈리아는 1934·1938·1982·2006년 네 차례 월드컵을 제패한 전통의 강호다. 그러나 최근 두 대회(2018·2022)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며 60년 만의 월드컵 불참이라는 최악의 기록을 작성했다.
유로2020 우승으로 반등 조짐을 보였으나, 스팔레티 감독 체제에서 이어진 월드컵 예선과 네이션스리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결국 가투소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지만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스웨덴, 우크라이나, 아일랜드, 튀르키예 등 난적들이 버티고 있어 3회 연속 월드컵 탈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8개국 체제에도 날아간 기회, 중국과 닮아가는 현실
FIFA가 이번 대회부터 월드컵 본선 출전국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하면서 이탈리아가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중국이 3차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했듯, 이탈리아 역시 확장된 구조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 노르웨이는 이탈리아를 제물로 삼으며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본선 복귀에 성공했다. 홀란은 데뷔 이후 줄곧 ‘노르웨이의 희망’으로 평가받아 왔으며, 이번 경기 승리 직후 선수단과 함께 감격을 만끽했다.
결론: 더 이상 전통 강호라는 명성에 기대기 어려운 이탈리아
이탈리아 축구는 지금 ‘역사와 현실의 괴리’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화려한 과거와 달리 현대 축구의 변화·전술 경쟁력·세대교체 문제 등 복합적 요인이 쌓이면서 경기력은 꾸준히 하락했다. 이번 예선 탈락 위기 역시 그 구조적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
다가올 플레이오프는 단순히 월드컵 진출 여부를 떠난, “이탈리아 축구가 다시 세계 정상 경쟁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만약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이탈리아는 전통 강호가 아닌 ‘과거의 영광만 남은 팀’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