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박찬호와 비FA 계약을 하지 않았을까? 유격수 육성 난이도와 FA 전략의 딜레마
KIA 타이거즈가 박찬호와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2025-2026 FA 시장에서 최대어로 평가받던 유격수 박찬호(30)는 결국 두산 베어스와의 합류가 유력해졌다. 현재 두산은 4년 80억 원 규모의 조건을 놓고 세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반면, KIA와 롯데는 비교적 이른 시점에 경쟁에서 손을 뗐고 KT 역시 최종 단계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KIA가 입게 될 타격은 단순 전력 손실 이상
박찬호의 이탈은 KIA에 매우 큰 공백을 남긴다. KIA는 2014년 이후 10년 가까이 박찬호를 중심으로 유격수 자리를 구축해왔다. 공·수·주를 모두 갖춘 미들 인필더의 가치는 리그 내에서도 희소성이 높다. 특히 유격수 수비 불안은 경기력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요소로, 박찬호의 공백은 단순히 한 명의 선수 이탈을 넘어 팀 전력 구조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FA 예산 한계, 내부 FA가 무려 6~7명
KIA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한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예산 배분 문제였다. 올해 KIA는 박찬호 외에도 최형우(42), 양현종(37), 이준영(33), 조상우(31), 한승택(31) 등 대규모 내부 FA를 보유하고 있었다. 여기에 시즌 초반 팀을 떠난 최원준(NC)까지 포함하면 최대 7명에 달하는 상황이었다.
실제 2023년에는 김태군을 비FA 다년계약(3년 25억 원)으로 묶었지만, 올해처럼 FA가 몰린 상황에서 특정 선수만 선별적으로 비FA 계약을 시도할 경우 팀 내 케미스트리와 연봉 밸런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구단이 부담을 느낀 부분이다. 결국 KIA는 FA 전체 예산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는 박찬호와의 조기 다년계약 추진을 어렵게 만든 핵심 요인으로 보인다.
유격수 대체 자원은 있지만 박찬호급은 시간 필요
KIA는 유격수 대체자로 김규성, 박민, 그리고 최원준 트레이드 과정에서 영입한 정현창 등을 보유하고 있다.
● 김규성: 안정적인 수비력
● 박민: 멀티 내야 가능
● 정현창: 부드러운 수비 메커니즘으로 코칭스태프의 호평
이들이 유격수 자리를 메울 순 있지만, 공·수·주 전 영역을 박찬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유격수를 육성하는 일은 모든 구단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며, 두산이 80억 원 이상의 가치로 박찬호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왜 미리 다년계약을 추진하지 않았나: 전략적 판단의 결과
결과적으로 KIA는 지난 오프시즌이나 시즌 중 박찬호와의 비FA 다년계약을 추진할 기회를 가졌지만 내부 FA 과부하, 연봉 밸런스 문제, 팀 케미스트리 고려, 예산 총량 제한 등 복합적 요소로 인해 조기 계약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없었던’ 상황에 가까웠다. 통합 2연패에 도전했던 시즌이었기에, 구단은 전력 집중과 내부 결속을 최우선으로 설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판단은 아쉬운 결과로 이어졌다.
이제는 새로운 10년을 책임질 유격수를 키워야
박찬호의 이탈이 확정적이 된 만큼, KIA는 다시 한번 유격수 육성의 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이범호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이미 ‘박찬호 없는 2026년’을 대비해 새로운 주전 유격수 후보군을 집중 점검 중이다. 특히 김규성, 박민, 정현창 이 3명이 박찬호의 공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나눠 메우느냐가 향후 KIA의 성패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