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끝내 오지 않았다. KT 위즈가 6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막판까지 5할 승률을 유지하며 버텼지만, 예상을 뛰어넘은 NC 다이노스의 9연승 앞에 무너졌다.
KT는 10월 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정규시즌 최종전 결과에 따라 운명이 갈렸다. 전날 한화 이글스와 6-6 무승부를 기록하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NC가 SSG를 7-1로 완파하면서 KT의 포스트시즌 행은 좌절됐다.
KT의 최종 성적은 71승 5무 68패(승률 .511). 5할 승률 플러스(+3)에도 불구하고, NC에 0.5경기 차로 밀려 시즌을 6위로 마감했다. 이는 2019년 이후 6년 만에 KT가 가을야구 무대에 오르지 못한 시즌이다.
KT는 올 시즌을 앞두고 주축 전력 두 명을 떠나보냈다. 유격수 심우준(4년 50억 원), 그리고 투수 엄상백(4년 78억 원)이 나란히 한화로 이적하며 공백이 발생했다. 구단은 FA 허경민 영입과 좌완 오원석 트레이드로 균형을 맞추려 했지만, 시즌 초반부터 부상 악재가 이어졌다.
허경민(옆구리), 강백호(발목), 김상수(옆구리), 오윤석(내전근), 장준원(발목 골절) 등 주축 야수들이 연쇄 이탈하면서 팀 전력은 한동안 정상 가동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KT는 ‘슬로스타터’ 이미지를 지우며 꾸준히 버텼다. 신예들의 약진이 결정적이었다.
가장 큰 수확은 단연 안현민이었다. 데뷔 첫 풀타임 시즌에서 112경기 타율 0.334, 132안타 22홈런 80타점, 출루율 0.448, 장타율 0.570을 기록하며 출루율 1위, 타율 2위, 장타율 3위를 차지했다. 이른바 ‘리그 최고 신인 중 하나’로 꼽히며 2025시즌 신인왕 유력 후보로 자리 잡았다.
대졸 1라운더 권동진 역시 주전 유격수로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고, 안치영, 유준규, 조대현 등 젊은 자원들이 잔류 경쟁 속에서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KT는 토종 투수진에서 10승 투수 3명을 배출하며 최소한의 안정감을 유지했다. 고영표(11승), 소형준(10승), 오원석(11승)이 꾸준히 선발진을 지탱했고, 마무리 박영현은 35세이브로 생애 첫 구원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이 시즌 전체를 흔들었다.
재계약한 쿠에바스(3승 10패, ERA 5.40), 멜 로하스 주니어(타율 .239, 14홈런) 모두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기며 시즌 도중 교체 대상이 됐다. 새로 합류한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9승 9패, ERA 3.96) 역시 이렇다 할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KT는 시즌 중반 대체 외인 패트릭 머피, 앤드류 스티븐슨을 데려왔으나 반등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530승 통산 승리를 기록 중인 이강철 감독은 시즌 종료 후 “힘든 상황에서도 끝까지 버텼지만, NC가 이렇게 무섭게 올라올 줄은 몰랐다”며 “우린 방심한 적이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계산이 어긋났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 체제의 3년 차 마지막 시즌, KT가 다시 마법을 되찾을 수 있을지 2026년 봄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