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10월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9회 초까지 5-2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7회 이도윤의 동점 적시타, 이진영의 역전 투런포, 그리고 노시환의 추가 적시타로 점수를 벌리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던 경기였다. LG 트윈스가 잠실에서 NC 다이노스에 패한 상황까지 겹치면서, 한화는 이날 승리와 최종전에서의 추가 승리로 정규시즌 우승을 다툴 수 있는 ‘타이브레이커’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었다. 그러나 9회 말 단 한 순간, 김서현의 손에서 그 꿈은 무너졌다.
김서현의 등판과 3연투 부담
김서현은 이미 9월 말 LG, 롯데전에서 연속 등판을 마친 뒤 이날 3연투로 마운드에 올랐다. 평소 구속과 구위가 살아 있을 때는 강력한 마무리로 꼽히지만, 이날은 전반적으로 직구 힘이 떨어졌다. 평균 구속은 149.8km, 최고 152.2km에 불과해 시즌 평균치보다 낮았다. ‘트랙맨’ 데이터에서도 김서현의 직구 구위가 평소만 못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6.51초의 악몽 – 역전의 순간
9회 말, 선두 타자 두 명을 가볍게 처리하며 경기는 무난히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대타 류효승에게 내준 중전 안타가 시작이었다. 이어 현원회에게 슬라이더를 맞아 좌월 2점 홈런을 허용하면서 순식간에 5-4로 쫓겼다. 이후 볼넷으로 주자가 나가고, 결국 이율예에게 투런 홈런을 내주며 역전패를 당했다.
이 타구는 타구 속도 163.6km, 발사각 46.7도로 잡히지 않는 ‘하이 플라이’성 타구였지만, 인천 랜더스필드의 펜스를 간신히 넘겼다. 타구가 담장을 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6.51초. 이 짧은 순간이 한화의 정규시즌 우승 희망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데이터로 본 김서현의 부진
김서현은 올 시즌 33세이브를 기록하며 한화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는 네 번째 블론세이브와 네 번째 패전을 동시에 기록했다. 직구 평균 구속이 150km를 밑돈 것은 드문 사례로, 이는 연투에 따른 피로 누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슬라이더 제구가 흔들리며 결정적인 순간 장타를 허용한 점도 뼈아팠다.
포스트시즌, ‘멘탈 회복’이 핵심
이번 실패는 한화와 김서현 모두에게 뼈아픈 경험이다. 하지만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김서현은 확실히 리그 최상위권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다. 중요한 것은 이 악몽 같은 순간을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이다. 전문가들은 “한 번의 실패가 커리어 전체를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화가 포스트시즌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려면, 김서현의 빠른 멘탈 회복과 구위 정상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팀의 뒷문을 책임지는 그의 어깨에 여전히 가을야구의 운명이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