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동 구단주 짐 랫클리프가 루벤 아모림 감독 경질설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구단은 장기적인 신뢰를 택했다.
아모림 감독은 2024년 11월, 포르투갈 스포르팅 CP를 떠나 맨유 지휘봉을 잡았다. 계약기간은 2년 6개월, 1년 연장 옵션이 포함된 조건이었다. 그러나 부임 첫해부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2024-25시즌 EPL에서 34경기 37점(17패)으로 클럽 역사상 최저 순위인 15위에 그쳤다.
유로파리그 결승 진출로 체면을 세우는 듯했지만, 토트넘에 패배하며 반등에 실패했다. 이어진 2025-26시즌 초반에도 7경기 3승 1무 3패, 현재 리그 10위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카라바오컵 2라운드에서 4부 팀 그림즈비 타운에 탈락하며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러나 구단 수뇌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영국 BBC는 9일(한국시간) “맨유 공동 구단주 짐 랫클리프가 아모림 감독을 경질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며 “그는 감독에게 최소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랫클리프 구단주는 타임즈 비즈니스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아모림은 지금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지 않지만, 그가 진정으로 훌륭한 감독임을 입증하려면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그 기간 동안 나는 그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즉, 계약기간을 그대로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랫클리프 구단주는 최근 아모림 감독의 3-4-2-1 전술 고집과 전술 유연성 부족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언론은 하룻밤 사이에 성공을 원한다. 마치 스위치를 켜면 다음 날 모든 것이 장밋빛으로 변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그런 식으로는 맨유 같은 클럽을 운영할 수 없다”고 일침을 날렸다.
또한 “매주 한 번씩 나오는 비난에 일일이 반응한다면 아무 일도 이뤄질 수 없다”며 단기적인 성과보다 프로젝트의 완성도와 일관성을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맨유는 여전히 글레이저 가문이 최대 지분(약 70%)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경영권은 현재 랫클리프 구단주(INEOS 회장)가 행사하고 있다. 그는 “글레이저가 아모림 해고를 명령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감독 인사권은 본인에게 있다고 명확히 못 박았다.
영국 현지 전문가들은 랫클리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는 “아모림이 EPL 전술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교체를 요구하고 있지만, 다른 이들은 “맨유는 최근 10년간 감독 교체가 잦았다. 이번만큼은 장기적인 인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 이후 데이비드 모예스, 루이스 판 할, 조제 무리뉴, 올레 군나르 솔샤르, 에릭 텐 하흐 등 10년 동안 6명의 감독이 교체된 불안정한 팀이었다.
맨유는 단기 성과보다 프로젝트 완성도를 택했다. 랫클리프 구단주의 ‘3년 보장’ 발언은 아모림 체제의 안정화를 의미하며, 맨유가 다시 전성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시간, 신뢰, 그리고 명확한 철학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