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코디 폰세(31)가 외국인 선수 최초로 투수 4관왕에 오르며 KBO MVP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아무리 놀라운 시즌이라 해도 ‘괴물’ 류현진(38)이 15년 전 세운 2010년의 기록은 여전히 넘지 못했다.
폰세는 2025시즌 29경기에서 180⅔이닝 17승 1패, 평균자책점 1.89, 탈삼진 252개를 기록했다. 승률 0.944, WHIP 0.94, 피안타율 0.199로 압도적인 성적을 남기며 평균자책점, 탈삼진, 다승, 승률 4개 부문 1위를 석권했다.
이는 한화 구대성(1996년), KIA 윤석민(2011년), 그리고 해태 선동열(1980~90년대) 이후 역대 세 번째 투수 4관왕 기록이다. 특히 외국인 투수로는 KBO 최초의 기록이자,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부문에서도 스포츠투아이 8.31, 스탯티즈 8.38로 리그 전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폰세의 이 놀라운 시즌조차 2010년 류현진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당시 23세의 류현진은 25경기 192⅔이닝 동안 16승 4패, 평균자책점 1.82, 탈삼진 187개를 기록했다. 피안타율 0.220, WHIP 1.01, 퀄리티 스타트 23회로 사실상 투수 전 부문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무엇보다 류현진의 WAR(스탯티즈 기준 9.34)는 폰세보다 훨씬 높다. 경기당 평균 7⅔이닝을 소화하며 퀄리티 스타트 성공률 92.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다. 반면 폰세는 경기당 6⅓이닝으로 QS 성공률이 약 69% 수준이다.
폰세가 완봉승 없이 시즌을 마친 반면, 류현진은 2010년 5완투(3완봉 포함)를 달성했다. 8이닝 이상을 던진 경기가 14경기나 될 정도로 당시의 이닝 소화력은 독보적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가 이끌던 2010 한화가 8위(꼴찌) 팀이었다는 것이다. 팀 전력 약세 속에서도 16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을 동시에 달성한 것은 투수 개인 능력만으로 팀을 버텨낸 전무후무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구장 환경도 불리했다. 류현진의 홈구장이던 대전구장은 좌우 97m, 중앙 114m의 짧은 구조로 대표적인 타자 친화 구장이었다. 반면 2025년 폰세가 던진 대전 신구장(한화생명 볼파크)은 중립적인 파크팩터로 알려져 있다. 타고투저 시대였던 2010년 환경을 감안하면 류현진의 기록은 현재보다 훨씬 더 어려운 조건에서 만들어진 결과였다.
수치상으로 폰세가 탈삼진·WHIP 부문에서 우위지만, 이닝 소화, 완투, 팀 기여도 면에서는 류현진의 시즌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2010년 리그 MVP를 수상하지 못했다. 이유는 단 하나, 롯데 이대호의 9경기 연속 홈런 및 타격 7관왕 신기록 때문이다. 올해 폰세 역시 삼성 디아즈의 50홈런·158타점이라는 대기록과 경쟁하게 된다. 다만 시즌 내내 꾸준히 리그를 지배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폰세를 MVP 1순위로 꼽고 있다.
폰세의 2025시즌은 외국인 투수로서 KBO 역사에 남을 만한 시즌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류현진의 2010시즌은 여전히 21세기 KBO 투수 역사상 최고 시즌으로 남아 있다. 15년이 지나도 그 벽을 넘은 투수는 아직 없다. 이 말 한마디면 류현진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