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올해 1억 원 계약으로 사실상 전력 외로 밀렸던 하주석이 시즌 막판 반등에 성공하며, 50억 원의 FA 유격수 심우준보다 더 큰 가치를 입증했다.
한화는 2024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나섰다. 신구장 개장과 함께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FA 심우준(4년 총액 50억 원)과 FA 엄상백(4년 총액 78억 원)을 연이어 영입했다.
당시 한화의 고민은 명확했다. 불안한 센터라인 수비 안정화였다. 김경문 감독 체제 아래에서 빠른 수비 전환과 기동력을 중시하는 팀 철학이 자리 잡으면서, 심우준은 최적의 카드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계획은 틀어졌다. 심우준은 부상과 타격 부진에 시달리며 94경기 타율 0.231, OPS 0.587에 그쳤다. 수비에서는 안정감을 보여줬지만, 공격에서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하주석의 부활은 완전히 예상을 뒤엎었다. 음주 물의 여파로 2023시즌 64경기 출전에 그친 그는 FA 자격을 얻고도 시장에서 별다른 오퍼를 받지 못했다. 결국 한화와 총액 1억1000만 원(보장 9000만 원)이라는 사실상 ‘1년 재계약’ 수준의 계약을 맺었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하주석은 1군 캠프에도 합류하지 못하며 사실상 전력 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심우준을 비롯한 주전 내야진의 부진을 틈타 1군에 복귀한 뒤, 놀라운 반등을 이뤄냈다.
하주석은 전반기 48경기에서 타율 0.279, 2홈런 12타점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알렸고, 5월 이후 단 한 번도 2군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결국 시즌 전체 성적은 95경기 타율 0.297, 4홈런, OPS 0.728로 마무리했다. 이는 심우준보다 높은 타격 지표이자, 한화 내야의 실질적 중심으로 복귀했음을 의미한다.
시즌 후반부 한화는 유격수 심우준, 2루수 하주석 체제로 키스톤 콤비를 전면 재편했다. 주전 2루수 안치홍의 극심한 타격 부진, 황영묵의 기복 있는 경기력 속에서 이 조합은 오히려 안정감을 가져왔다. 심우준의 수비 범위와 하주석의 공격 기여도가 서로를 보완하며 하위 타선의 경쟁력을 높였고, 한화의 포스트시즌 경쟁에도 숨통을 틔웠다.
한화의 FA 시장 행보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심우준의 타격 부진은 아쉬웠지만, 하주석의 부활이 그 공백을 채웠고 팀의 내야 구성을 안정시켰다. 포스트시즌에서 수비와 잔플레이의 비중이 커질수록, 하주석의 경험과 타격 밸런스는 팀 전력에 더 큰 무게감을 줄 수 있다.
하주석이 내년 연봉 협상에서 어떤 대우를 받을지, 그리고 한화가 ‘두 번째 부활 스토리’를 어떻게 이어갈지가 2026시즌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